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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는 이유(박건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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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09-12 |
조회 | 45506 | ||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는 이유 박건우 교수(고려대학교병원 신경과) 동창회에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많은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지요. 그 중에는 졸업 이후 처음 보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문장이 무엇일까요? ‘세월 참 빠르다’ 였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대화를 하다가 문뜩 정신을 차리면 떠오르는 ‘세월 참 빠르다’라는 말에 저는 미묘한 궁금증이 떠올랐습니다. 시간은 일정합니다. 1분은 60초이며 하루는 24시간이고 일년은 365일이 라는 시간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의대를 다니던 때는 왜 그리 시간이 더디 갔으며, 지금은 시간이 휙하고 지나갔는지... 세월 즉 시간은 일정한데 무엇이 빠르고 늦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나이가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다우에 드라이스마 지음, 에코리브르)라는 책을 접하며 다소의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의 주관성에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지 기능은 기억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기억을 만들어 갑니다. 적이냐 아군이냐, 먹을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것인가, 이 길이 내 보금자리로 가는 길인가 아니면 다른 길 인가? 생존을 위한 기억을 우리는 어린 유아기부터 청년기 까지 학습하고 기억합니다. 또 이 시기에 생의 중요한 순간들이 기억되지요. 동생의 출생, 또래 친구들과의 교제,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등이 질풍노도와 같이 일어납니다. 너무나 하루 하루가 중요하여 우리가 되돌아 보는 기억의 축에 촘촘히 새겨져 있지요. 우리의 청년기를 되돌아 보면 너무도 많은 것을 기억하도록 요구되었습니다. 하루 하루는 너무나 빨리 지나가지만, 이상한 것은 일주일, 한 달, 일 년은 매우 더디게 갑니다. 한편 나이가 들고 안정이 되는 40대 이후가 되면 생의 권태가 찾아옵니다. 매일 반복되는 직장생활, 집,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만남.... 어쩌면 하나도 새로운 것이 없는 나날의 연속입니다. 여유가 있어 하루가 길어 보여도 일주일, 한달, 일년 아니 오년 십년이 휙 지나갑니다. 더 이상 기억을 생성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되돌아 보는 기억 축에 드문 드문 새겨진 시간의 잔상들은 이렇게 휙 세월 빠르게 축약되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다려 보신 적이 있지요? 간절한 만남이 기다려 질수록 그 시간은 매우 더디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만남이 이루어 진 후 시간의 속도는 너무도 빠르게 지나갑니다. 이러한 시간의 속도를 결정하는 요소에 대해 1885년 프랑스 심리학자인 장 마리 귀요라는 분의 이론에 따르면, 시간의 길이와 속도는 우리의 느낌과 생각의 강도, 생각의 횟수, 거기에 쏟는 관심, 기억을 저장하는 데 드는 노력 그리고 그것들을 불러내는 감정과 연상에 의해 좌우 된다고 합니다. 즉 시간의 빠르기는 우리 의식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제가 발견한 재미있는 그림입니다.(그림 참조) 젊은이는 시간을 빨리가게 하려고 시계침에 매달려 있고, 노인은 시간을 더디게 가려 하려고 시계침에 매달려 있습니다. 이제 저도 시간을 더디게 하려고 매달려 있는 편에 서 있습니다. 시간을 더디게 할 수 있을까요? 위의 이론이 맞는 다면 분명 시간을 더디게 할 수 있습니다. 나의 기억을 , 나의 열망을 자극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더. 아름다운 추억, 시리고 아픈 기억, 간절한 열망 이것은 어찌 보면 청년의 때 보다 중년과 노년의 때에 더 중요한 일입니다. 여행, 만남, 그리고 도전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것 보다도 더 확실한 시간 조절자인 것이지요. 시간의 길이에 속지 않고 시간의 깊이를 만드는 지혜로움. 저도 진짜 가지고 싶습니다. 깊은 기억을 노년에도 계속 만들어 간다면, 치매를 예방하는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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